ART TOUR · GALLERY
MEASURE BY MEASURE
ON KAWARA · PETER DREHER · ALICJA KWADE
온 카와라 · 피터 드레허 · 알리시아 크바데
KÖNIG SEOUL
이번 전시는 세 작가 각각의 예술 언어로 시간의 수수께끼와 그 흐름을 정적인 예술 작품 속에서 파악하려는 욕망을 다룬다. 특히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의 무상함을 구체적 형태로 표현한 세 작가의 주요 작업을 전시한다. 카와라의 세 점은 드레허의 시리즈와 병치되며, 회중시계의 바늘로 만들어진 크바데의 콜라주는 그 중간에 개입한다. 그에 더해, 크바데의 시계를 변형한 초기작과 램프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가루로 분쇄된 설치작 또한 전시된다.
MEASURE BY MEASURE 전시전경, 쾨닉 갤러리 제공 / Courtesy: KÖNIG GALERIE Berlin | Seoul, 사진 안천호
2014년에 세상을 떠난 온 카와라(On kawara)는 1964년 1월 4일에 시작한 <TODAY>시리즈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시리즈를 구성하는 모든 작업은 어두운 색조가 될 때까지 아크릴 레이어를 공들여 렌더링한 결과물이며, 각각의 정확한 작업일은 표면에 흰색 글자로 스텐실 처리가 되어 있다.
각 날짜의 모양과 언어는 카와라가 그 그림을 그린 장소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모든 작품은 두 가지 기본 형태, 즉 10×13.5인치(25.4×34.3cm) 또는 13×17인치(33×43.2cm) 중 하나의 가로형 형식을 준수하였다. 리퀴텍스 물감으로 기초를 어둡게 그려내는 데에는 일반적 근로 시간인 8시간 정도가 소요되었으며, 작가는 자정까지 완성되지 못한 해당 일의 작업물은 모두 파기했다.
(좌) 온 카와라(On Kawara), Nov. 3, 2005, 2005 캔버스에 리퀴텍스, 25.4 x 34.3 cm, (우) Wednesday Nov. 14, 2007, 2007 캔버스에 리퀴텍스, 33 x 43.2 cm, 쾨닉 갤러리 제공 / Courtesy: KÖNIG GALERIE Berlin | Seoul
즉, 작업의 어떤 것도 그것이 수행된 달력일의 24시간 외에는 결정될 수 없었다. 이후 카와라는 작게 오린 지역 신문과 <TODAY>의 각 작업을 담기 위한 작은 상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로써 그는 세계의 역사적 시간을 표준화된 형식에 효과적으로 축소해냈다. <TODAY>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카와라가 생전 경험했던 예측 불가능한 삶의 흔적이 그 경중과 상관없이 작품에서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헌신은 이 작품들이 드러내지 않는 부분에서 더욱 돋보이는데, 시간을 표상하는 표준화된 언어만을 배치하여 카와라의 개인적 경험의 흔적은 작업에 부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MEASURE BY MEASURE 드레허의 <DAY BY DAY GOOD DAY>시리즈 전시전경, 쾨닉 갤러리 제공 / Courtesy: KÖNIG GALERIE Berlin | Seoul, 사진 안천호
피터 드레허(Peter Dreher) 또한 <DAY BY DAY GOOD DAY> 시리즈를 통해 1972년부터 작업실에서 동일한 물잔을 그림으로써 수도자 같은 작업에 전념했다. 각 작품은 단일한 재현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작품으로는 결코 구축될 수 없는 거대한 시도로 이어진다.
그 결과는 회화적 행위와 그 독특한 물질성에 관한 초인식을 보여주며, 항상 같은 양의 물로 채워진 단순한 잔과 같이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충분히 묘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드러낸다. 또한 10×8인치(25.4 x 20.3 cm)의 작업 형식은 카와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물론 드레허는 2020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작가가 “오늘 나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무엇을’ 그릴지는 알지만, ‘어떻게’ 그릴지는 모른다”고 언급하였듯, 매일 같은 작업에 몰두하는 그의 작업 행위는 가히 강렬했다.
(좌) 피터 드레허(Peter Dreher), Tag um Tag guter Tag (Day by Day good Day) Nr. 1660 (Day), 2001 캔버스에 유채, 25.4 x 20.3 cm
(우) Tag um Tag guter Tag (Day by Day good Day) Nr. 1899 (Night), 2001 캔버스에 유채, 25.4 x 20.3 cm, 쾨닉 갤러리 제공 / Courtesy: KÖNIG GALERIE Berlin | Seoul
이 시리즈의 각 작업은 드레허의 하루를 구성하는 과정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제로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대신 시간적 구간을 기록해낸다. 그러나 그 과정의 결과는 그렇지 않다. 시간은 인생의 우여곡절이 아니라, 완료되어야 할 일에 강한 제약을 가하는 회화적 실천의 형태 속에서 흘러간다.
MEASURE BY MEASURE 크바데의 <CC IN-BETWEEN>시리즈 전시전경, 쾨닉 갤러리 제공 / Courtesy: KÖNIG GALERIE Berlin | Seoul, 사진 안천호
알리시아 크바데(Alicja Kwade)는 <CC IN-BETWEEN>시리즈에서 회중시계로부터 제거한 바늘을 콜라주의 요소로 활용함으로써 시간을 표시하고 기록하는 방식의 임의성과 모순을 강조한다. 이 제스처는 불활성의 작은 금속 조각이 세상 모두가 의존하는 시간을 알려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저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는 상황에 주목함으로써 측정 방식의 본질적 우연성을 강조한다. 즉, 이 작업은 그 목적과 용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좌) 알리시아 크바데(Alicja Kwade), CC In-Between, 2020, 종이에 시계 바늘, 혼합 매체, 30 x 45.7 cm, (우) CC In-Between, 2021, 종이에 시계 바늘, 혼합 매체, 30 x 45.7 cm, 쾨닉 갤러리 제공 / Courtesy: KÖNIG GALERIE Berlin | Seoul
이 상황과 반대되는 내용은 작가가 발견한 오브제로 자신의 시계를 구성하고, 특정 배열을 특정 시간의 지표와 직접적으로 연결한 2015년 작 <INFLUENCE>에서 탐구된 바 있다.
이는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는 속담을 상기시킨다. 마찬가지로 2015년 작업인 <HEAVY ELEMENTS>에서는 두 개의 알람 시계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하나는 시간을 알려주는 반면, 다른 하나는 납으로 둘러싸여 있다.
(좌) 알리시아 크바데(Alicja Kwade), CC In-Between, 2020, 종이에 시계 바늘, 혼합 매체, 30 x 45.7 cm, (우) CC In-Between, 2021, 종이에 시계 바늘, 혼합 매체, 30 x 45.7 cm, 쾨닉 갤러리 제공 / Courtesy: KÖNIG GALERIE Berlin | Seoul
둘 중 납으로 된 시계는 알람 시계의 용도와 더불어 시간 속에서 예술 작품, 혹은 오브제로 보존된 외피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두 ‘요소’들은 함께 전시됨으로써 하나가 다른 하나와 나란히 존재할 수 있는 시간성의 광범위한 연속체로 이어진다.
각기 다른 대륙과 세대를 가로지르는 세 작가의 작업은 서로 간의 대화를 이루면서도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그들의 방법론에 집중된 진입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카와라, 드레허, 크바데가 공유하는 것은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자의식적으로 줄임으로써 역사적, 개인적, 기계적 시간을 측정하도록 설계된 문화 특정적인 시스템과 예술 간의 관계를 강조하려는 욕망이다. 다만 이러한 부분은 예술 실천이 자기표현이라는 지점과 정반대의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그와 반대로, 전시 《MEASURE BY MEASURE》가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동전의 이면이다. 이는 결국 세계의 더 큰 시간적 지평이 새롭게 나타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억제하고, 제한하는 것이다.
알리시아 크바데(b.1979, 폴란드)는 베를린에 거주하며 작업한다. 2005년 베를린 예술 대학교에서 학사를 취득했다. 크바데는 자신의 작업에서 인식의 틀을 분해함으로써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공간, 시간, 과학 및 철학 개념을 탐구하고 질문한다. 조각, 설치, 영상, 사진에 걸친 크바데의 다면적 작업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사용되는 시스템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종종 그녀가 선택한 재료의 연금술적 특성을 활용한다.
피터 드레허(1932–2020, 독일)는 1950년부터 1956년까지 카를스루에 주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했으며 1968년부터 1997년까지 카를스루에 주립 아카데미에서 회화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영국 밀턴케인스 박물관(2013), 베를린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 사무소(2012), 제네바 현대미술관(2011), 에르푸르트 박물관(2007), 바덴바덴 시립미술관(1977) 등 국제적 기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온 카와라(1932-2014, 일본)는 1950년도 초 도쿄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Information》(뉴욕 현대미술관, 1970), 《1965-1975: Reconsidering the Object of Art”》(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1995) 등 역사적인 전시를 비롯한 수많은 개념 미술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2015), 보스턴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1991-1993), 스톡홀름 현대미술관(1980), 브뤼셀 팔레 드 보자르, 베른 시립미술관(1974)에서의 전시가 있다.
© KÖNIG SEOUL 제공